[병영일기-24] 퇴소식 전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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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24] 퇴소식 전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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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일기-24] 퇴소식 전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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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81> 행군뒤의 복병... 분열교육.

오늘은 분열교육이다.  물론 생물시간의 세포분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힘든 5대훈련을 끝내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우리들은 예상외로 힘든 훈련이

남아있자 모두 혀를 내 둘렀다.  

분열이란 국군의 날 때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것으로 줄 맞추어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가로, 세로 줄은 물론 좌대각,우대각이라고 하는 대각선까지 정확히

맞추어야 했고 특히 커브를 틀때는 줄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했기에 더욱더

어려웠다.  게다가 이 분열이란 교육은 다른 교육처럼 낮의 훈련시간에만 받는

것이 아니다.  분열은 퇴소식때 민간인들 보는 앞에서 행진하는 것에 대비한

것이기에 정식교육시간뿐만 아니라 다른훈련을 다 받고나서 저녁식사를 한 뒤

밤까지 연병장에 불을 밝히고 하는거다.  하루종일 훈련을 하고 돌아와서 밤까지

불을 밝히고 훈련을 받으려면 그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말이 그냥

걷는것이지 단순노동이 얼마나 힘든것인지는 공장 아르바이트를 해본분은 잘 알

것이다.  총을 오른손에 파지하고 왼손을 거의 180도를 흔들면서 앞줄, 옆줄,

대각선줄 까지 신경써가며 연병장을 계속해서 빙빙 돌기만 하는 이 교육...

민간인들과 연대장에게 보이는 것이므로 대충대충 하는법도 없다.  그야말로

밤까지 우리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연습을 했다.  밤에 하는 훈련이라서

돌아와서 샤워도 할수 없었다.   ' 제길..공부를 이런식으로 했으면...'

그 외에도 퇴소식때 하게될 총검술과 우리연대전체가 호흡을 맞추어 하게 될

제식동작들도 교육을 받았다.  마치 실제로 퇴소식날 하는것처럼 FM대로 하다

보면 반드시 한 명정도는 실수를 한다.  그럼 또 다시 하는거다........

아무런 실수 없이 만족하도록 10번정도를 할 때까지 끝없이 한다.

하지만 첨부터 끝까지 아무도 실수 안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분열때는 바깥쪽

보다는 안쪽 트랙을 도는것이 훨씬 쉽다.  나는 중간이었는데  나보다 바깥쪽에

있었던 한 녀석은 정말 분열 고문관이었다. 뚱뚱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커브를

돌다보면 반드시 그녀석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다.  자꾸 그녀석 때문에

또하고 또하고 또하니 전우애고 뭐고 정말 짜증이 나서 죽을정도였다.  

짜증이 극도에 달하자 정신분열이 일어나는듯 하다.




<82> 자살한다 자살해...

드디어 모든 훈련이 끝이 난 오늘............!

오늘은 주간에 분열교육을 받는 날이다.  그리고 실제 퇴소식을 하는 그날 처럼

입소대 연병장에 가서 연습을 하는날이다.  복장을 하고 훈련소를 나와서 연무대

입소대로 떠났다.  너무도 오랜만에 와보는 입소대......... 모두들 감격스러워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 햐.......영대와 여기를 들어오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달이 흘렀구나..'

드디어 연병장에 도착 했고 우리들은 먼지속에서 얼차려를 받으며 분열교육을

계속 강행해 나갔다.     하도 뒹굴다보니 우리 몸은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저쪽 막사를 쳐다보니 이제 막 들어온 대기병들이 우리들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 군복 색깔이 이상하게 보이겠지? '

갑자기 2달전의 내 생각이 났다.       온갖 만감이 교차한다.

' 흐흐.......니들도 이런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편하지? 어디 한 번 죽어봐라.'

대기병들을 본 우리 애들이 내뱉는 말은 제각기 똑같았다.

" 내가 너라면 정말 자살한다...자살해.."

분열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자 열받은 하사가 자꾸 얼차려를 준다.

" 동작 그만........뒤로 취침....... 앞으로 취침........뒤로 취침......."

단순히 엎드렸다가 뒤로 눕고 다시 일어나 엎드리는게 그토록 힘든것인지 그제서야

알았다.  왜 사제에서는 이런것들을 모르고 입대했을까?   힘들어서 허리가 빠질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하사가 누운채로 김밥말이를 시켰다.  대기병들이 더더욱

많이 몰려들어 구경을 하고 있다.  

' 그래.......이젠 5일만 참자....5일만.......'  

모두들 퇴소식만을 고대하며 이를 빡빡 갈았다.




<83> 소원수리.

막사내에서 모두들 쉬는데 최창인 상병이 모두를 집합 시켰다.

" 우씨.....또 모야?  우리가 또 뭘 잘못했지? "

막사앞에 모두 집합했다.        다른 기간병들도 모두 있었다.

그러더니 최창인 상병이 연단에 서서 우리에게 놀랍게도 사죄를 하는게 아닌가?

" 그동안 수고 많았다. 아마 나를 비롯하여 죽이고 싶도록 미운 기간병들이 많았을

것이다."

' .. 알긴 아는군. ....'

" 그러나 그것이 모두 너희들을 위한것이었단걸 이제는 깨달았을 것이다."

' ...전혀 깨닫지 못했네 ....이 사람아...'    

" 그동안 우리들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나이답게 다 용서해라. 그동안의

훈련에 모두들 수고가 많았다. "

' 용서해야 사나이가 된다면 난 사나이 안할래....'

그러더니 자기가 예전에 호루라기로 머리에 빵구를 냈던 훈련병을 불러서 머리도

살펴보고 하며 그동안 미안했다며 어쩔수 없었다고 재차 강조를 한다.  우리들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았던 기간병들에게 이 같은 대접(?)을 받고나니 믿기지가

않아서 모두 어리둥절 했다.

  바로 그날 오후...........

내무반에 모두 집합하라는 명령에 모두 집합하고 보니 어디선가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왔다.  그리고 그들은 ****에서 온 사람들인데 소원수리를 받으러 왔다고

말하는 것이다.   소원수리란 그동안에 군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애로사항(에로사항이 아님..-_-;), 건의사항, 또는 구타에 대한 기간병 고발들을

종이에 적어서 내는 것이다.  물론 이런것들은 적어내봐야 개선도 안되고 효과가

별로 없다. 단 한가지 효과가 있는 것은 구타사건만은 조사를 확실히 해서 그

기간병을 영창에 보내 버린다고 한다. 소원소리는 웬만하면 안 적어 내는게 좋다.

열심히 끄적여서 내봐야 고쳐지지도 않고 괜히 누워서 침뱉는 격이기 때문이다.

암튼간에 우리들은 오전에 기간병들이 그토록 친절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그놈의 情이란게 뭔지..........기간병을 죽일 듯이 미워했던 우리 훈련병들은

구타와 가혹행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84> 개목걸이와 작대기 하나.                

오늘은 군번줄과 빛나는 계급장을 받았다.    

노란 이등병 계급장은 수십만 촉광이라고 하던데 정말 환하게 빛이 나고 있다.


▩ 현재의 계급장은 노란색이 아니다.
  지난번 간첩선 사고때 노란색이 야간에 잘 보여 표적이 되기 쉽다고 해서 모두
  까만색으로 바꾸어 버렸다.
  바꾸고 나니 아군끼리 헷갈려서 상관에게 경레를 안하는 등.....문제가 많자..
  최근엔 다시 바꾸어서 연두색 바탕에 까만 계급장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 작대기 하나를 달기위해 우린 그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겨우 이등병 계급 하나가 이렇게 힘든 고생뒤에 얻을수 있다는 것을 우린 뼈저리게

경험할수 있었다.  앞으로 또다시 3개의 작대기를 더 얻을때까지 얼마나 많은

험난한 길이 남아 있을까?   계급장을 훈련복에다가 실로 꼬매는 우리들은 마냥

행복해 했다. 수료를 하기 며칠전엔 군번이 달리지 않은 군번줄을 먼저 준다.  

그래도 우리는 좋다고 개목걸이라고 불리는 군번줄을 모두 목에다 매었다.

아침구보때 기간병 목에서 딸랑거리는 군번줄이 얼마나 부러웠었는데.....

군번줄에 매달려 있는 군번이 찍혀있는 번호판이 2개인 이유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전쟁시에 전우가 죽으면 한 개는 어금니에 끼어서 군화발로 턱을 차올려

단단히 박아놓고 한 개는 자신이 들고가서 상부에 보고하는 거다.  이른바 시체

확인용 군번줄이다.   그래도 우리는 좋다고 마냥 신이 났다.

  " 종교활동 집합 ~~~~~~~~ "

교회를 안가던 훈련병도 그날은 모두 교회에 갔다.

이등병 계급장을 자랑하고파서다.  교회를 들어가기전 소변을 보러 외곽 화장실에

갔더니 훈련병들이 마구 떠들면서 소변을 보다가 내가 들어서자 모두 흠칫 하며

조용............해 진다.  내 목에 걸려있는 개목걸이와 모자와 가슴에 달려있는

이등병 계급장을 본 것이다.

" 어..어흠.."

나는 최대한 멋있는 폼으로 들어가서는 소변을 누었다.

옆 자리에 서서 누던 훈련병은 슬슬 자리를 피한다.

' 후후.....이게 기간병의 파워구나.......엡솔루트 파워.....흐흐..'

난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서 어쩔줄을 몰랐다.   드디어 난 군인이 된 것이다.

대통령, 무궁화 훈장도 다 필요없었다. 누가 뭐래도 난 대한민국 정식 군인인 것이다.

  교회에 들어가서 예배시간에 앞서간 선임병들이 그랬듯이 나도 성경과 찬송가에

온갖 낙서를 휘갈겨 대었다.

' 후배들아....힘든 5대훈련의 요령을 갈켜주마........랄랄라...'

사회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으로 우리에게 축하를 해주었다.

" 자.......이번주엔 29연대가 퇴소를 하게 된다죠?  29연대 모두 일어나 보세요.."

웅성웅성...........거리는 가운데 우리들은 당당하게 일어났다.

짤랑거리는 개목걸이를 목에 걸고 누렇게 빛나는 계급장을 달고서....

" 자......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모두 축하하는 의미에서 박수........! "

" 와아............짜짜짜짝.........."

터지는 박수속에서 하마트먼 눈물을 쏟을뻔 했다.

' 터널은 끝이 있기에 그 어둠을 사랑할 수 있다 '

' 터널은 끝이 있기에 그 어둠을 사랑할 수 있다 '

박수세례에 감격에 겨워 우리들은 어쩔줄을 몰랐다.  

올림픽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왜 질질 짜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85> 밤을 새는 군인들.

이젠 분열교육도 끝이나고 내일은 드디어 기다리고 고대하던 퇴소식이다.

퇴소식을 하루 앞두고 있는 오늘은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 같은 분위기다.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전국에서

모인 낯선 젊은이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지가 어언... 2개월...

하루하루는 지독히도 고생스럽더니 지나고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싶을 정도로

시간은 유수 같았다.  이등병이 된것도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

▩ 현재는 퇴소식이 없고 입대한지 100일 뒤의 특박이 있다.
  군인이나 가족, 서로에게 더 좋아진 것이다.▦

일석(日夕)점호를 취했건만 잠을 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퇴소식 전날은

모든 군인이 결혼식날 신부가 단장하듯 호들갑을 떨고 난리다.  먼저 군화를

밤새도록 닦는다. 파리가 앉으면 미끌어질정도로 군화가 닳아 빵구가 날 정도로

닦고 닦고 또 닦는다 보기에도 번쩍번쩍...그만하면 된거 같은데도 조금이라도

빛을 더 내겠다고 밤새도록 준비를 한다. 군화가 만족스럽게 다 닦여지면 이번엔

속옷을 갈아입는다. 그동안 속옷을 못 빨아서 썩는 냄새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입지않고 마치 보물처럼 짱박아 놓은 A급 속옷을 관물대에서 꺼내어 입는

것이다.  그리고 입대하고 처음으로 개구리복(전투복)을 미리 입어본다.  원래

울나라 군복은 밍숭맹숭 한 연두색 군복이었다는 것은 다 잘 알 것이다.  그게

개구리복으로 변신하게 된것에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군복

페스티발이었다고 하는 행사가 전 세계 군대를 대상으로 하여 예전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 행사에서 우리나라 군복이 전세계 꼴찌를 했다는거다.  실용성, 미적감각,

디자인 등등등........여러가지 심사기준에 종합점수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꼴찌

라는 명예를 안았다고 한다.  북한도 9위인가를 했다고 하는데...

그길로 우리나라는 새로운 군복을 창안하기에 급급하여 새로 내놓은 군복이 바로

개구리복이라고 하는 전설이........

사실인지 꾸며낸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그렇게 군복을 입어보고 거울을 보며

짧아서 움직이지도 않는 머리카락을 이리도 매만져 보고 저리도 돌려보며 연신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고로 전날의 퇴소식준비에는 추호의 실수도 있을수 없다.

심지어 개구리복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실밥이 한 개라도 삐져 나와있으면 곧바로

라이터로 태워 버리기도 한다. 결혼하는날도 이렇게 세세한것까지 신경을 쓰진

않을 것이다.       ( 현재는 훈련을 받을때두 개구리복을 입는다)

면회시간이 짧으니 그 시간안에 해보고 싶은것들을 목록으로 만들면서 계획을

세우는 녀석도 있었다.      
                         ┌──────────────────────┐
                         │  11:00 퇴소식.                             │
                         │  12:00 식사                                │
                         │  12:30 애인과 산책                         │
                         │   1:00 뽀뽀                                │
                         │   1:30 안온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욕하기.    │
                         │   2:00 술마시기.                           │
                         └──────────────────────┘

그리고 개구리 군복 왼쪽 주머니 상단에 플라스틱 똑딱이 암단추를 단다.

물론 이등병 계급장 뒤에도 똑딱이 숫단추를 달아놓는다.  퇴소식때 부모님께서

계급장을 달아주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용이하도록 하는작업이다.

퇴소식이 끝나면 다시 손수 우리가 바느질로 달아야 하지만....!

  모포깔고 누워있는 녀석들도 서로 이야기 한다고 여념이 없다.

" 야야....내일 부모님들 오시면 울 가족이랑 같이 합석해서 식사하자.."

" 크크크.....드디어 내일은 마이 달링을 만나는구나...."

" 달링?   달링이 뭐야? "

" 뷩신.....-_-;   애인이지 뭐...."

" 스펠링이 어케 되는데? "

" 조........졸립다..  어서 자자....."

저쪽 내무반도 마찬가지였다.

" 흐흐..니들 내 애인이 얼마나 이쁜지를 봐라....놀랄 것이다. 흐흐흐 "

" 으....큰일이다. 편지에 술 사오란 말을 안했는데..... 안 사오면 어쩌지? "

" 안 사오면 우리 부모님이 가져오시는 술 먹어라... "

" 그래?  에고 고맙다..."

" 고맙기는...  한개 3,000원씩이야...."

이렇게 웅성웅성 하다보면 퇴소식 전날밤은 어느새 깊어져 간다.

모두들 새벽녘에나 잠이 들었다.         찬란한 내일을 꿈꾸며....






< 내일 예고편 >

다음편에는 퇴소식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많이들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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