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승빈] 동사무소에 갇혀봤는가 (1180/37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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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승빈] 동사무소에 갇혀봤는가 (1180/37570)

포럼마니아 0 3,034

안녕하세요? 승빈입니다.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은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난 100살까지 살꺼야" 라며 굳세게 다짐하던 뒷집 철수가 다음날

잘 걸어 가다가 번개에 쳐맞아 뒤지는가 하면 "난 커서 멋진 사기꾼이

될꺼야"라던 모씨도 K 나라의 한 대통령이 되는...그런 것들 말이다.

나도 얼마전 그 같은 경우의 한부분이 될수 있는 사건을 겪었기에

I.EXE 를 실행시켜 ALT+V 를 눌러본다.


?????????? 동사무소에 갇혀봤는가 ??????????


"아듀! 보너스닷!"

그렇다. 9월은 우리나라 온 군인들이 탄성을 지르며 기뻐해 마지 않는

봉급의 200% 보너스가 나오는 MONTH인것이다.

일병의 월급 10600원에 200% 보너스란 곧 현금카드로 빳빳한 세종대왕을

두장이나 뽑을 수 있다는 행복한 결과를 뜻하는것이다.

맨날 3000원, 3200원, 1800원, 으로 2층에 있는 상근예비역인 김형,정형과

포커를 칠려니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나로썬 대단한 기회가 온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볼수 있겠다.

출근전 현금카드를 품에 깊숙이 찔러 넣은채 은행에 들려 계획대로 20000원을

인출한뒤 동사무소로 향했다.

20000원을 보자 버스가 아닌 택시를 타고 싶어졌다.

일부로 매일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갔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많은 사람들이 시계를 연신 들춰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부로 거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훗

보란듯이 그 사람들 앞으로 나아가 택시를 잡았다.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을 의식하면서 뒤를 한번 돌아다보았다.

모두들 동경의 눈빛으로 나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훗 난 택시 탄다?'

라고 생각하니 표정관리고 나발이고 웃음이 절로 일었다.

동사무소 근처에 다다르자 미터기엔 3100이란 숫자가 찍혀 있었다.

'훗 고작 저거네'

라고 생각하고 아저씨를 향해 한껏 귀티나는 자태를 잡아보이곤 말했다.

"아저씨...후...제가 좀 큰돈을 가지고 있는데..."

"수표예요?"

"아뇨 여기...만원짜리..."

"대부분 만원짜리 내는데?;;"

"그..그래요?;;"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_-;

여하튼 그렇게 택시로 귀티나는 출근을 완수한뒤 난 막바로 2층으로 올라

가기에 이르렀다.

"판 폅시다!-_-;"

그렇게 시작한 엄청난 액수의 포커판은 불꽃을 튀기며 시작되었다.

김형 : 오...이새끼 오늘 돈 좀 많은가 보네? 계속 나오네?

승빈 : 훗..집 팔았어요.

오전내도록 결전을 벌였지만 좀처럼 승부가 ?nbsp ち?nbsp않았다.

돈은 돌고 돌아 원점에 이르르게 된다.

점심을 번개같이 쳐먹고 2차전에 돌입했다.

집판돈을 위장한 나의 보너스 200%는 꽤 오래 버텼다.

어느덧 시계는 나의 신분이 민간인으로 변했음을 알리는 6시를 넘어서고

있었고 포커판은 그런 시간을 생까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밑에 1층 동사무소 직원들은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당직한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우린 계속 해서 포커를 쳐댔고 결국 시간은 10시를 넘어

섰다. 내 주머니도 10시에 걸맞게 10원정도가 남아 있었다.

승빈 : 레이스 10원. 싸이..

김형 : 오래 버텼다 강승빈.

정형 : 후...이제 집에 가봐야지?

결국 보너스 200%는 쫑이 나고 눈물을 뿌리며 집에 가야만 했다.

돈 따면 군용 삐삐나 하나 살려고 했었건만...그 꿈이 한순간에 무너

지는 순간이었다.

김형 : 자 내가 ALL WIN 했으니 술한잔 살께. 가자 크하하하

승빈,정형 : 오 좋지!

안그래도 술생각이 나던차라 쫑난돈 술 사 먹은셈 치자 웃음이 또 절로 일었다.

이리지리 정리를 마친뒤 우린 즐겁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 순간 우리 눈앞엔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은행에서나 있을법한 자동철문이 좌 르르륵 내려 오면서 웬 아줌마 하나가

기계음으로 나불대기 시작했다.

"안전장치가 가동중이오니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안전장치가 가동중이오니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김형 : 뭐라는거야 저년이

정형 : 안전하게 퇴근시켜줄테니 기다려보라고 하는거 같은데?

승빈 : 담배나 한대 피면서 기다리죠 뭐 크하하하

그시간대에 퇴근해본적이 없던 터라 "세콤" 인줄 어찌 알았으랴.

고참 두명과 계단에 나란히 앉아 철문이 다 내려오는걸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잠시후 기계 아줌마가 또 나불댔다.

"안전장치가 완료되었으니 안심하시고 가?nbsp 駕첼?"

"안전장치가 완료되었으니 안심하시고 가십시오."

정형 : 야 안심하고 가래. 가자.

우리셋은 피던 담배를 바닥에 부벼 끄고 얼큰한 소주한잔 생각으로 마냥

방실 웃어대며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정형이 닫힌 쇠철문 앞으로 가더니 무의식중에 던진 말인지 모를 멍청한

대사를 했다.

"나다. 정병장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고 볼일이지만 그때 당시엔 김형이나 나나 별 대수롭잖게

여겼었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당연히 철문이 다시 올라갈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느 천지에 "나다 정병장이다" 라고 해서 열릴 안전장치?nbsp ?nbsp

있단 말인가.

점점 사태가 이상하게 되어 가는걸 느낀 우리 셋은 잠시동안 말을 잃고

머릿속 빠른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셋은 동시에 외쳤다.

"갇혔다 X발!-_-;"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동사무소에 등본 훔칠려고 들어왔다가 갇힌것

도 아니고 퇴근시간 놓치고 포커좀 치다가...-_-;, 어두움속에서 셋이 나란히

도시락 가방을 메고 멀뚱멀뚱 이리저리 출구를 찾는 꼴이란 가짢아서 웃음도

안나올 지경이었다.

참다 못한 정형이 쇠철장에 매달리더니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비밀번호를 정확히 입력후 키를 넣어주십시오."

아줌마가 흔들지말라는 말을 유식하게 돌려서 말했다.

승빈 : 형 형 그러다가 경보음 울려서 세콤들 오면 어떡해요

정형 : ..음.....차라리 오면 우릴 구하지 않을까?

딴엔 짜낸다고 짜낸 말이었지만 하나는 알고 쪽팔림은 모르는 망언이었다.

승빈 : 소문나면요?-_-;

이래도 못하고 저래도 못하고 미칠지경이었다.

정형 : 아! 내게 좋은수가 있다!

김형 : 오 뭡니까 정병장님.

정형의 생각이라 난 별로 기대치도 않았지만 괜히 반가운척해줘봤다.

승빈 : 오옷! 뭔데요!

정형 : 올라가서 자자. 내일 여기서 출근하자.

나야 뭐 별로 기대?nbsp ?nbsp하지 않았던터라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김형은

엄청난 기대를 했는지 막 울었다.-_-;

쇠철장 사이로 보이는 밖의 모습이 그렇게도 좋아보일 수가 없었다.

동사무소 마당이 저토록 아름다워 보일줄이야...아 밟아보고 싶다...

가끔 사람이 동사무소 앞을 지날때마다 우린 후다닥 몸을 피해야만 했다.

우릴보고나서 신고를 해버리면 그 무슨 개망신이란 말인가.

우린 거기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일단 2층으로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계단을 수를 세어봤다. 꽤 됐다. 뛰어내리면 죽을것 같은

숫자였다.

2층에 다다른 우리 셋은 비장한 결심을 하기에 이르른다.

"뛰어내리자-_-;"

라고 셋은 의견을 모았지만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셋은 동시에 오줌을

싸러 갔다.

셋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정형 : 난 여기서 잘래-_-;

김형 : 같이 잡시다. 정병장님.-_-;

승빈 : 형들 나도-_-;

바닥이 세면인데다가 이불도 없고 거기서 자다간 떨어져 죽는것과 얼어 죽는것과

이꼬르가 될 판이었다.

그때 마침 세찬 바람이 불어와 태극기가 펄럭였다.

태극기가!

승빈 : 좋은 수가 생각났어요!!

김형,정형 : 오옷! 뭔데!

승빈 : 태극기요!

그렇다. 태극기는 공 중에 떠있는 풍선 태극기가 아니었다. 바닥에 의지하고

있는 긴 봉이 있었던 것이다. 크하하

정형은 태극기를, 김형은 새마을기를, 난 농협기를 맡아 나란히 내려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셋다 창문턱에 개구리 자세로 나란히 앉은뒤 각자 맡은 봉을 향해 폴짝 뛰었다.

족히 4M 는 될법한 미끈한 봉을 맨손으로 잡고 내려온다고 생각해보라.

220볼트 형광등이 따로 없다. 번쩍번쩍 이면서 셋은 나란히 내려오고 있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을것이다.

다들 퇴근하고 조용한 동사무소에... 깃발을 단 세개의 봉 이 동시에 번쩍번쩍

거리다니 여사 일인가-_-;

땅에 착지한 순간 셋은 동시에 괴성을 질렀다.

"으악! 다 탄다!-_-;"

수돗가로 달려가서 손을 담구니 여섯개의 손바닥에서 올라온 김이 구름을

만들정도였다-_-;

그리고 식은땀이 절로 흘러 내렸다.

마당에 셋이 나란히 서서 동사무소를 바라보니 웬지 감옥같아 보였다.

그것도 그럴것이려니와 퇴근한것이 꼭 탈출한것 같은 기분마저 들어

세삼 흥분까지 되었다.

그날 홍합을 안주삼아 리어카에서 마신 소주는 꿀맛이었다.

김형과 정형이 제대하고 난뒤 먼 훗날 나와 만나 술자리를 가지게 되 었을때

진정 목젖을 터놓고 웃으면서 얘기할수 있는 우리 셋만의 추억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승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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