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12/끝) (2319/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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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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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12/끝) (2319/37582)

포럼마니아 1 6,193

- 5월 19일. 맑음. -

정말 오랜만에 이별 일기를 쓰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쓸 수 밖에 없다.
5월 19일은 영경이의 생일이니까.

이제 헤어진지도 벌써 6개월 가까이 되어 간다. 어느새 6개월이나 되었나..
기억속에서 희미해져 버린 영경이의 모습을 보면 그정도 시간이 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줄 알았던 기억들이 잊혀진다는 것이
조금은 서글프다.

궁금하다. 무척이나. 지금은 다시 사귀고 싶은 생각도 별로 안들고, 사랑하는
마음도 잘 모르겠지만, 다만 궁금하다. 잘 지내는지.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사귀던 남자하고는 잘 되어 가는지.

저번 4월달 쯤에.. 실은 안부 삐삐를 쳐 보려고 했다. 그 때 정도면 이미
감정의 물결은 다 가라앉은 상태고, 서로 상처줄 만한 말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영경이의 삐삐 번호를 쳐보니 결번이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삐삐를 해지했다 보다. 아니면 다른 번호로 바꾸었던가.

작년 바로 오늘, 영경이와 나는 영경이네 학교 뒷산으로 케익을 사 들고
갔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내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이 세상에 태어나는 건

자기 뜻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이젠 너의 존재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이 되니

생일 축하 합니다~! 와~~

그리고 촛불 끄고, 케익 자르고, 네게 선물을 주었지.

" 어. 이거 뭐야? "

" 뜯어봐. "

" 어... 이거... "

" 향수나 그런 거 사려고 했었는데.. 어짜피 네게 해 주고 싶던 거였어. 잘
맞니? "

" 응. 딱 들어가는데. "

" 잘 됐다. 이쁘니? "

" 응. 반짝거리는게 너무 이뻐. 고마워. "

" 고마우면 너도 나중에 해 주면 되잖아. "

" 으이구.. 자기 선물은 꼭 챙겨요. "

그리고 손에 낀 반지를 보며 기뻐하던 영경이는.. 참 사랑스러웠다.

" 이제 우리 케익 먹자. "

" 근데 뭘루 먹지? "

" 아..마져. 숫가락두, 포크도 없는데. "

" 그냥 손으로 먹자. "

" 에라, 그래. "

그리고 손으로 먹다가 보니까, 영경이의 입가에 크림이 묻어 있었다.

" 영경아. 너 입에 크림 묻어 있는데. "

" 그래? 이잉....나 손 이래서 못 닦는데. 네가 좀 닦아줄래? "

" 나두 마찬가진걸.. 아니다. 닦아줄께. "

" 어떻게? "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키스를 했었다.

오늘 너는 누구랑 함께 있을까. 누군가가 네게 생일 축하 키스를 해 주고
있을까. 너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궁금증이 풀릴 것 같지도 않다. 그냥 궁금한 그것으로 좋았다.

내가 준 그 반지는 아직 끼고 있을까.

버스를 타고 헤어지면서 흔들던 손에 끼어져 있던 그 반지는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그 날 영경이가 반지를 끼고 있던 걸 보고, 나도 그 날부터 반지를 끼고
다니기 시작했다. 왠지 미안해서. 이젠 반지를 봐도 뭐 서글프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끼고 있다.

너는 들리지 않겠지만,

영경아.

생일 축하한다.




-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난다고 그랬었지...

10월 26일. 맑음. -

그 날은 오전 내내 너무나 바빴다. 바이어들이 회사에 온다고 해서 서류
정리랑 프레젠테이션 할 꺼리들을 마련해야 했고, 정 대리가 자기 아내 애
낳는다고 가 봐야 한다면서 내게 맡기고 간 일들을 다 끝마쳐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 일이 순조롭게 끝나서, 지금은 오후 5시. 경훈이랑 오랜만에
친구들 다 같이 보자고 한 약속 때문에 부랴 부랴 가는 길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경훈이랑 마지막으로 본 지도 벌써 5년이 넘었군. 대학교
4학년 마치고 못 봤으니까. 휴... 이제 내 나이 29인가. 세월 참 빠르다 빨라.

오늘 아무래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술을 많이 마실 것 같아 숙취 해소제라도
하나 먹으려고 약국으로 들어섰다.

끼익.

" 어서 오세요. "

" 네.. 저기.. 어. 어! 저.. 혹시... ? "

" 너... 동현이? "

" 영경이구나~!! 반갑다~!! 이게 얼마만이니? "

" 동현이 맞구나.. 세상에. 난 긴가 민가 했어. "

"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구나..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잘 지냈어? "

" 그냥 그랬어. 학교 졸업하고.. 약국 근무 하고... "

" 이 약국 네가 하는 거야? "

" 아니. 난 보조 약사야. 돈 더 모으면 조그만 약국 하나 따로 차려야지. "

" 그렇구나.. 아. 난 회사 다닌다. 요 근처에 있어. 그러고 보니까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도 몰랐구나. 세상 참.. "

" 아. 너 뭐 사려고 들어온 거야? "

" 아 참. 저기..숙취 제거제 있으면 좀 줄래? 오늘 술 마실 일이 있어서. "

" 자. 여기. "

" 그래. 고맙다. 여기 돈. "

" 됐어.. 그냥 가져 가. "

" 그래도 그러면 안돼지. 난 손님인 걸. "

" 그냥 오랜만에 보는 친구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

" 그래.. 그럼 고맙게 먹을께. 아.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

" 뭘? "

" 너 다시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어. 저기.. 너 나랑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젠지 생각나니? "

" 글쎄.. 벌써 7년도 넘었지? "

" 그 때 내가 너한테 사진 줬잖아. "

" 아. 그래. 생각난다. "

" 그런데 생각날 지 모르겠는데, 그 때 네가 헤어지면서 손을 흔드는데 너
손에 낀 반지가 보이더라. 너.. 그 때 왜 반지 끼고 나온 거야? "

" 그거 꼭 알고 싶어? "

" 응. 지금까지 궁금했어. "

" 만약에.. 네가... 나 버스 타러 갈 때 날 잡았다면... 너랑 다시 사귀려고
그랬거든... "

" 그랬구나... 그런데 다음 날 내가 다시 사귀자고 전화 했을때는 왜 안된다고
그런거야? "

" 이미.. 때가 지났잖아. 아. 여기 주소나 좀 적어주고 가. "

" 그래. 아.. 이제 가봐야 겠다. 오랜만에 봤는데.. "

" 회사 이 근처라면서. 가끔 들려. 우리는.. 친구잖아. 그지? "

" 그래. 그럼 나 갈께. 다시 한번, 반갑다, 영경아. "

그 때, 약국 문을 열며 어떤 꼬마가 들어왔다.

" 엄마~ 학교 갔다 왔어요~ "

" 희영이구나. 아저씨한테 인사해라. 엄마 친구야. "

" 아저씨 안녕? "

" 그...그래. 안녕? "

왜 영경이가 결혼 했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 영경아. 너 결혼 언제 했어? "

" 응.. 5년 전에. "

" 혹시.. 그 혁진이란 선배랑? "

" 아니. 그 사람이랑은 1년 정도 사귀다 헤어졌고.. 선 봐서 만난 사람이랑
했어. "

" 그랬구나. "

" 동현이 넌 결혼 했니? "

" 나? 아직. "

" 왜? "

" 그냥..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아. 영경아. 나 가볼께. 늦었다. "

" 그래. 나중에 다시 와. "

" 그래. 잘 있어. 안녕~ "

" 안녕~ "

" 아저씨 안녕~ "

끼익.

약국 문을 열고 나섰다.

7년 전인가.. 벌써.

영경이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눈 밑에 약간 주름살도 보이는 것 같고,
전에는 안하던 화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내게는 어색했다.

인연이란 이렇게 어긋나고 다시 이어지는가. 마지막으로 본 날, 내가 영경이를
잡았어도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고... 연락이 끊겼다가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이야. 그런데 영경이가 결혼을 했었구나. 하긴. 당연히 했었을텐데,
난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나는 계속 주머니에 넣고 있던 왼손을 꺼냈다. 그리고 왼손 넷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빼 냈다.

영경아.

이젠.....

안. 녕.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은 굳이 지울 필요가 없다.

다시 보기 힘이 든다면

그냥 가슴 속 저 모퉁이에 간직했다가

나중에 보며 슬쩍 웃음지을 수 있는

그런 추억으로 만드는게 어떨까.

잊기엔 너무 아쉽고 서운한

작고 소중한 기억들.

시간이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고

세월이 사랑을 그리움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루어 지지 않은 사랑만이 영원하기에

우리의 사랑은 언제나 이별을 동반하고

때로는 네 생각에 하늘을 보지만

이젠 떠올릴 수도 없다. 너의 얼굴을.

그렇게 우리는...

이.

별.

한.

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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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22
여행으로 2행시 지어보기! 여보라서.. 행복하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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