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10) (2310/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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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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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10) (2310/37582)

포럼마니아 1 10,365

- 너희 부모님께 내가 감사드린다구 전해주라. 응? 왜냐구?

너를 낳아 주셨으니까.

11월 26일. 추워졌다. 이제 겨울이 가까와 오나보다. -

영경이와 헤어진 지 1달이 지났다. 영경이를 마지막으로 본 지 16일이 지났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이젠 많이 괜찮아 졌다. 그냥 학교도 나가고, 그 동안 시험도 쳤고. 물론
공부를 안해서 죄다 망치긴 했지만. 그리고 일부러 생각하려 하지 않으면
생각도 별로 나지 않는다. 1달만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시간이 약인가.

하지만 여전히 감정의 앙금은 남아있다. 네가 준 선물들을 전부 쇼핑백에
넣어서 구석에 쳐박아 놨었는데, 그걸 꺼내어 다시 제 자리에 놓았다. 그걸
보면 여전히 감정이 생긴다. 하지만, 이젠 그 감정때문에 눈물이 나지는
않는다. 그냥 그랬나 보다.. 그냥 한 때 그랬나 보다.. 그런 생각만 난다.

그래서 그 동안 일기도 쓰지 않았다. 그냥 잠을 잤고, 굳이 일기를 쓸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이제 잊혀져 가는 기억을 굳이 꺼내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아서.

그런데.. 오늘 선배의 전화 때문에 다시 쓸 수 밖에 없었다.

" 어, 형, 오랜만이에요. "

" 너 학교에서 얼굴 보기 힘들다. "

" 네.. 좀 그렇죠. "

" 너 헤어졌다면서? "

" 네. 형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

" 마. 내가 다 아는 수가 있지. 그래. 이젠 좀 괜찮니? "

" 헤어진 지 1달 정도 되었는데.. 그냥 살만은 해요."

" 아직 그래도 좀 그렇지? "

" 그거야 그렇죠.. 사귄 기간이 2년인데 1달만에 잊혀진다면, 그건 같이 지낸
시간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 "

" 누가 그러긴 하더구나. 사귄 만큼 시간이 지나야 다른 사람을 사귈 수
있다고. 너도 그럴꺼야? "

" 아뇨.. 그냥 마음 맞으면 또 사귀는 거죠. 아니. 실은 별로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냥 혼자 추스리는 것도 힘든걸요. "

" 그래? 내가 소개팅이나 해 줄까 하고 전화하는 건데. "

- 남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 어. 형. 어떤 앤데요? "

" 미대 다니는 앤데.. 내가 봐도 좀 이뻐. 누구드라.. 그래. 고현정 닮았어. "

" 헉.. "

" 착하기도 해. 얘 가장 좋은 점이.. 보통 이쁘면 이쁜 값을 한다고 하잖니.
그런데 얘는 자기가 이쁜 줄을 몰라요. 그래서 참 좋지. 어때? 안할꺼야? "

- 별로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라고 아까 이야기 했었지.

" 할래요. "

" 안한다메? "

" 에이.. 형. 할래요. "

" 짜식.. 근데 너 여전히 힘들다면서. "

" 그래도 .. 아이, 자꾸 난처하게 왜 그래요. "

" 내가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야수들이 성교를 할 때 사냥꾼이 와서 성교가
중단될 때가 있대. 그럼 야수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아? "

" 글쎄요. "

" 운대. 엄청나게 울부짖으면서 뚝뚝 눈물을 흘린다는데. 너무 너무 슬퍼한대. "

" 아.. "

" 너 생각해 봐. 너 걔랑 결혼할려고 그랬어? "

" 뭐.. 그냥.. 어쩌면. "

" 근데 동갑이었다면서. 그럼 결혼하기 힘들어. 너 졸업하고 군대도 가고
그래야 하는데, 그 때 여자애는 벌써 사회인이라고. 여자 집에서 가만 있지
않을껄. 게다가 졸업하고 바로 결혼 할 수 있도록 너희 집에서 받쳐 주기도
힘들지 않니? "

" 그건 그렇죠. "

" 그럼 어짜피 헤어지는 거 아냐? 결혼 아니면 헤어지게 될 테니까. 어쩌피
헤어질 꺼라면.. 다만 시간만 앞당겨 진 것 아닐까? "

" 글쎄.. "

" 그리고 네가 헤어지고 나서 느낀 슬픔은.. 어쩌면 야수의 슬픔과도 같다고
생각 안하니? 너 걔랑 손 잡고 키스하고 그랬지. 그럼 그 다음에 뭐 할래.
같이 자는 거 아냐. "

" 형. 너무 말이.. "

" 어쨌든 그런 거 아냐. 그런데 그런 과정이 중단되어서, 꼭 성교하다 중단된
야수처럼 그렇게 슬픈거 아니냐고. "

" 그럼 만약 내가 얘랑 할 꺼 다 하고 나면 헤어져도 안슬프겠네요, 그렇게
따지면. "

" 응. 사실이야. 그런데 그게 보완이 되지. 결혼이라는 조건으로."

" 말두 안돼요. 그런게 어딨어요. "

" 잘 들어봐. 과학적으로, 남녀가 서로 불붙는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감정이
고조되는 기간은 약 100일이야. 그 이후에는 그렇게 불붙는 사랑은 하기
힘들다고. 변질되게 마련이야. 그 동안 쌓인 정이든, 아니면 책임감이든,
아니면 교육에 의해서 서로 헤어지면 안된다고 인식된 것이든. 그래서 100일을
그렇게 챙기는 거 아냐. 생각해 봐. 너 2년동안 계속 불붙는 사랑을 했니? "

" 글쎄요.. "

" 그리고, 남녀가 성적으로 끌리는 기간은 약 5년이야. 5년이 지나면 서로
육체적으로 별로 끌리질 않는다고. 그런데 이 기간이 참 오묘한게, 결혼해서
애가 태어나서 5년이 지나고 나면 4살 아냐. 4살이면, 절대적인 부모의 도움
까지는 필요 없는 나이라고. 애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때 까지는, 적어도
성적으로 끌리기 때문에 같이 살 수 있고, 그 다음부터는 애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같이 살게 되지. 그래서 그러잖아. 애 때문에 산다고. "

" 그래도 그런 건 너무 비관적인 거 아녜요. "

" 아무튼, 내 얘기의 요지는.. 어짜피 사람은 동물적이라는 거야. 섹스에
지배받고.. "

" 형. 그만 해요. 형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난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어요. "

" 그래.. 내가 괜한 말을 했나. 아무튼, 너 소개팅 할꺼지? "

" 네.. "

" 그럼 내가 다시 연락해 줄께. 시간이랑 잡아서. 알았지? 그럼 잘 있어라.
학교에서 보자. "

" 네. 안녕히 주무세요. "

딸깍.

휴.....

난 한 번도 나와 영경이의 사랑이 그렇게 동물적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슬픔이 야수들의 슬픔과 같은 거라면.. 그건 너무
억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배의 말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도 힘들다.
도대체 사랑이란 뭘까.

아.. 그런데 소개팅을 하게 생겼군. 이쁘다고.. 그래. 이번에 한번 다시 잘
사귀어 볼까. 그런데.. 내가 소개팅을 해서 얘를 사귀게 되면 뭘 하지.
만나고, 애프터 하고, 또 몇번 만나고,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서로 손 잡고,
여행 가고, 키스 하고, 그리고... 결국 똑같은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는 것
아닐까. 앞이 뻔히 보이는 길 같다. 이미 한 번 본 방송을 재방송으로 또 보면
재미 있을까. 아냐. 똑같은 길이 아닐지도 몰라. 나름대로 다른 길일지도
모르지.

아, 어지럽다. 괜히 형은 나한테 그런 말을 해서 이렇게 혼란하게 만드나.

아냐.. 그래도 내 생각 해서 말씀해 주신 건데 고맙게 여겨야지. 결국 내
슬픔이 야수와 같은 슬픔이라는 사실이 싫다면, 슬픔을 느끼지 않도록 하라는
말일테니까.

하지만 이 날부터 나는

사랑에 대해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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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21
하아..진짜 오빠 존나게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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