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8) (2292/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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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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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8) (2292/37582)

포럼마니아 1 9,194

-11월 10일 해거름 지는 오후. 노을이 쭉 뻗은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동현아? "

어느새.. 영경이는 나의 뒤에 와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던 건, 만나기 전에
그렇게 걱정을 했었는데 정작 뒤로 돌아서 얼굴을 딱 보고 나니깐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냥, 그냥 친구 같았다. 처음엔.

" 언제 왔어? "

" 조금 전에 왔는데, 사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있었어. "

" 그랬구나. 아. 반갑다. 오랜만이지? 얼마만이지? "

" 한 10일 정도? 와.. 이상하다. 한달은 넘은 것 같은데 10일밖에 안됐네. "

" 나두 그래. 아.. 어디 들어가자. 저기 커피숍 갈까? "

" 그래. "

영경이와 나는 앞에 보이는 자뎅 으로 들어갔다. 여긴 우리가 자주 왔던
곳이었지. 영경이는 기억할까?

" 동현아. 우리 여기 자주 왔던 곳 맞지? "

" 응. 기억 하는구나. "

" 그럼. 다 기억하는 걸. 그때 그 일까지도. "

그 일이라.. 아마 작년 여름이었을꺼다. 내가 길을 가다가 배꼽티 입은 여자를
보고 " 너는 뱃살 출렁거려서 배꼽티도 못입지? " 하구 놀렸었다. 영경이가 좀
살이 쪘으면 충격 받을까봐 이런 농담 못했을텐데, 조금 마른 편이라 그냥
농담으로 한 소리였다. 그랬더니 나를 막 때리고서는 바로 다음날 배꼽티를
입고 왔었다. 완전히 배꼽이 다 드러나는 티는 아니었고, 그냥 약간 짧은
쫄티라서 걸으면 배꼽이 보였다 안보였다 그랬다. 난 놀랐었다. 와...
영경이가 배꼽티를 다 입네..

그리고 둘이 여기, 자뎅으로 들어왔었다. 냉커피 두잔을 시키고 그 날 무슨
영화를 볼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자꾸 앞 테이블에 있는 아줌마가 우리를
쳐다 보시는 거다. 뭔가 말을 하고 싶으신 표정이었는데, 할까 말까 계속
망설이시는 것 같았다. 왜 저러시지.. 혹시 내가 아는 아줌만가.... 얼굴에
뭐가 묻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줌마가 마음을 굳게 먹은 듯
영경이를 톡톡 치며 말을 하셨다.

" 저기.. 색시. 티셔츠가 말려 올라갔어.. 속살이 다 보이잖여.. "

우아아아아~~~ 쪽팔려~~~~!!!

일부러 그렇게 입은 거라고 차마 말은 못하고, 영경이는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파래졌었다. 그리고 나 또한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벌개졌었다. 아줌마는
볼쌍 사납게 티셔츠가 말려 올라갔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딴에는 친절하게
알려주신건데, 참 얼마나 쪽팔리던지....

" 너 그 생각 하지? "

" 응? 응... 푸하하하~~ "

" 웃지마~!! 괜히 여기 왔다. 에이.. "

전혀 헤어진 사이 같지 않았다. 그냥 예전과 똑같은 것 같았다. 그때까지는.

" 잘 있었어? "

" 응.. 그럭 저럭. 너는? "

" 나야 뭐.. 그냥 집에서 잠 자고 그랬지. "

" 학교는 잘 나가구 그랬어? "

- 거의 안나갔지.

" 응. 잘 나갔어. "

" 그랬구나..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우리 안만난지 10일밖에 안됐는데, 꼭
전혀 모르는 사람이랑 다시 만난 것 같다. 그지? "

" 그래. "

" 동현아. 나.. 실은 그날 헤어지구 나서 집에 갈때 많이 울었다. 차 안에서
계속 울었어.. "

- 그 얘길 왜하니.. 나보고 어쩌라구.. 날 찬건 너잖아, 너.

" 왜? "

" 응? 왜라니? "

" 왜 울었는데? "

" 그야.... 다시 못보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슬퍼서.... "

" 야. 짚고 넘어갈 껀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날 찬건 너잖아. 그런데 왜 차구
나서는 울어? 울거면 왜 차고 갔어? "

" 동현아. 이러지 마.. "

" 그래, 됐다. 관두자. 괜히 이런 얘기 할 필요 없지. "

그리고 이때 도는 침묵 속에서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 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 그 사람이랑은 잘 지내? "

" 전화로도 물어보더니 또 물어보네. 나 울었다고 했잖아. "

" 아니, 아는데.. 그 사건 이후로는 별 일 없었어? "

" 뭐 별일 있겠어.. 그냥 그렇지. 아. 나 물어볼 거 있어. "

" 뭔데? "

" 저기.. 너도 나 만날때 내가 늦으면 그렇게 화가 났니? "

" 음.. 물론 화가 났지. "

" 시간 늦는게 그렇게 화가 나? "

" 야. 단순히 시간만 늦는 거라면 화를 안내겠지만, 그건 정신적인 문제 아냐?
상대방을 생각한다면 시간 안늦게 좀 일찍 집에서 나오면 되잖아. 그래서 난
네가 지각할때 내 생각을 별로 안하는구나.. 하고 생각이 든 때도 있었어. "

" 동현아.. 그런 생각이 들면 말을 하지 그랬어. 난 정말 몰랐어. "

" 말해봤자 뭐하니. 맨날 늦어놓구서는. "

" 야. 너는 뭐 늦은 적 없니? "

" 너보다는 적다. "

" 무슨 소리야, 너도 많이 늦었어. 그런데 난 너 늦었을때는 화 안냈잖아. "

" ....도대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

" 남자들 생각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 왜 그렇게 속이 좁아? 여자들 속
좁다구 그래놓구서는 지네가 더 좁아요. 삐삐 답장 몇번 안한게 그렇게 큰
죄야? 전화했을때 자느라고 못받은게 그게 큰 죄야? "

" 그건 아니지.. "

" 그런데 왜 화를 내? "

" 그거야 모르지. 혁진이란 그 사람이 그런가 보구나. 그래도 이해는 가는데.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걸꺼야."

- 나 뭐하는거야? 지금 혁진이란 사람 편들어 주는거야?

" 아무리 좋아해두.. 그런거 가지고 화 내면 내가 너무 피곤해... "

" 네가 좀 더 신경 쓸 수 밖에 없지 뭐. 그 사람한텐 말 했어? 그러지 말라고? "

" 그걸 어떻게 얘기 해.. 그럼 기분 나빠할 꺼 아냐. "

- 하이고.. 병주고 약주고 다 하네. 그래. 그 사람한테는 그런 얘기 하면 기분
나쁠까봐 안하고, 나한테는 이런 얘기 하면 기분 좋을까봐 하고 있니?

" 몰라 나도. "

기분이 이상해 지기 시작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자꾸 따지는 말투가 되어
버리고, 공격적이 되어 갔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왜 너의 사랑 상담을
나한테 하는 거냔 말이다. 하필 나한테.

" 아 참. 너는 여자 친구 새로 생겼니? "

" 안생겼다. 왜? 소개팅이라도 시켜주게? "

" 야, 동현아.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

" 내가 뭘? "

" 막 따지는 투로 얘기 하잖아. 왜그래? "

" 아냐. 내가 언제. 참 내. "

" 지금 봐. 네 말투가 딱 그렇잖아. "

" 그렇긴 뭘 그래. 아 참. 자. 이거 네 사진이야. 가져가. "

" 그래.. 어? 이 사진들은.. "

" 전에 찍은 사진이랑, 너 나온 사진은 다 넣었어. 이젠 나한텐 필요 없잖아. "

" 그래도.. "

이제 너 사진은 필요 없다는 말에 영경이는 서운한 눈빛을 보였다. 날 차고
나서 그래도 자길 기억해 주길 바라는 건가? 너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어색한 침묵이.

" 저기.. 나 이제 가 볼께. 엄마가 집에 일찍 들어오랬어. "


" 그래. 그럼 나가자. "

영경이와 나는 자뎅 밖으로 나왔다. 같이 들어갈때는 분위기 좋았는데, 나올
때는 너무 어색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러는 구나. 사귀던 사람하고 다시
친구로 지낸다는게 엄청나게 힘들다고. 나도 원래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영경이를 보면 잘 해줘야 겠다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자꾸
원망스러웠다. 나를 차버리고 다른 사람에게로 간 것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영경이와 버스를 타러 그레이스 백화점으로 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 걷다가 손이 서로 부딛히면 움찔 하면서 피했다.
이게 아니었다. 예전엔 서로 딱 붙어서 나는 영경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영경이는 내 허리를 잡고 갔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렇게 어색하게 걷고
있다. 이게 아니었다. 이게 아니었다. 이게 아니었다.

" 저기.. 동현아? "

" 응? "

" 넌.. 내가 널 차고 다른 남자에게 갔다고 생각하는 가 본데.. "

" 그게 사실 아냐? "

" 내가 너랑 헤어질 때 혁진이 오빠랑 나랑은 사귀고 있던 사이가 아니었어.
그냥 좋은 오빠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

" 그럼 너.. 나랑 왜 헤어진거야? "

" 그건 네가 생각해 봐. 그리고 난 내가 너를 찼다고 생각 안해. 나 사실 너
사귀면서 많이 힘들었어. 난 오히려 너한테 내가 채인 것 같은데. "

" 뭐..뭐? 야. 그게 말이 되니? "

" 나 갈께. 버스 왔어. 오랜만에 봤는데 서로 좋은 소리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그럼 안녕. "

그리고 영경이는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영경이의 오른손 넷째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내가 준 반지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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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19
결혼할 여자의 외모는 3개월 가지만 못생긴건 평생간다라는 말이 있어요~ 오빠는 이쁜 여자랑 살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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