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2) (2301/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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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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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2) (2301/37582)

포럼마니아 1 9,740

- 10월 29일 흐림. 구름이 많이 낌. 비는 안옴 -

오랜만에 학교에 나갔다. 어제도 하루 종일 집에 쳐박혀 있다가 오늘은
아무래도 안되겠기에 학교에 갔다.

집에 있으면서 생각한 건데, 몸을 움직이지 않고 바쁘게 살지 않으면 시간이
빈다. 그럼 그 빈 시간에는 계속 생각이 난다. 생각이 나면 얼른 다른
생각으로 바꾸어 보지만, 역시 그 생각이 그 생각이다.

여전히 최 교수님 수업은 재미가 없다. 수업은 듣지 않고 노트만 바라보다가,
끄적 끄적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사랑-> 이별 -> 환장함 -> 슬픔 -> 화남 -> 슬픔 -> 심심함 -> 잊혀짐 -> 남남
-> 나중에 다시... 다시 보게 될까?

" 야. 동현아. "

" 응? 왜? "

" 저기.. 너 오늘 미팅 안할래? "

" 뭐? 미팅? "

" 응. 너 영경이 있는거 아는데, 오늘 하루만 그냥 모른 척 하구 채워주라.
빵꾸나서 그래. 응? "

영경이? 푸하.. 이젠 상관 없어.

" 글쎄.. 그럼 할까. "

" 그럼 하는 거다. 수업 끝나면 모여서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식당 앞으로
와. 알았지? "

저 놈은 어떻게 내 심정을 아는지 왠 미팅? 아무튼 잘 되었다. 그래. 영경아.
두고 봐라. 나도 빨리 새 사랑 찾을꺼다. 봐라, 어디.

미팅에 나가는 사람은 나, 형준이, 일엽이, 용주 그렇게 4명이었다. 다들
들떠있는 표정이었다. 하긴.. 요새는 미팅도 잘 안들어왔으니까 그럴만도
하지.

그리고 친구들이랑 미팅 나가면 무슨 얘기를 할 껀지, 또 퀸카가 나오면
누구한테 밀어줄껀지, 동현이 너는 여자친구 있으니까 네가 폭탄처리반을
맡으라든지, 그런 말을 지껄이며 길을 걸었다. 그리고 걷다가 잠시 하늘을
보았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나도 영경이랑 똑같아 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마져 그럴수는 없다.
게다가 미안하기도 했다. 만약 미팅 나가서 어떤 애랑 짝이 되었는데 그 애가
내가 헤어진지 며칠 안되었다는 걸 안다면.. 대용품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미안했다.

" 야. 잠깐만. 나 안되겠다. "

" 어!! 야!! 너 그런게 어딨어~!! "

" 미안해.. 그냥 너희끼리 가라. 나 그냥 집에 갈께. "

" 와.. 너.. 뭐 그래? "

" 야야.. 참아라 형준아. 동현이 쟤 마음 약한 거 몰라. 괜히 미팅 나가서
분위기 망치게 하지 말고, 그냥 보내 주자. "

" 아 이럴꺼면 처음부터 오지 말던가. 이런게 어딨냐고. "

그리고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10번도 넘게 하고, 나중에 밥 사준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집에 올 수가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덜컹거리는 철교를 지나 집으로 오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미팅을 나갈까 하는 생각부터.. 왜 나만 고생을 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까지.. 헤어지고 나면 참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가만히 앉아있자니 또 생각이 밀려왔다. 도대체 조금만
시간이 나면 온갖 생각이 헤집고 들어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
친구들한테는 내가 헤어졌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동네 방네 소문내고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지는 않아서.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을 쳐 본다. 새끼 손가락을 귀에 넣어보기도 하고,
엄지손가락을 제쳐서 팔목에 닿나 실험도 해 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E.T도
만들어 보고, 그렘린도 만들어 보았다. 이거 옛날에 영경이가 참 보고 잘 웃던
건데. 아차.. 또 생각을.

그래. 전화나 하자. 그냥 사는 얘기 좀 하면 될꺼야. 아무래도 말을 같이 해
줄 사람이 필요해.

따르르릉~

" 여보세요? 거기 규성이네죠? "

" 응? 규성이 지금 나가고 없는데. "

" 네. 안녕히 계세요. "

딸깍.

따르르릉~

" 여보세요? 거기 미현이네죠? 미현이 있습니까? "

" 누나 지금 집에 없는데요. "

" 그래요... "

딸깍.

따르르릉~

" 여보세요? 거기 승준이네죠? "

" 아, 동현이구나. 잘 있었니? "

" 네, 어머님. 안녕하세요? 저기.. 승준이.. "

" 아. 승준이? 그래. 승준이 저기 아직 집에 안들어왔는데. "

" 네. 그렇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딸깍.

없으면 없다고 바로 말을 하지.

따르르릉~

" 여보세요? 거기 성현이네 집입니까? "

" 잘못거셨는데요. "

딸깍.

으으으.

따르르릉~

" 여보세요? 병택이네 집입니까? "

" 동현이냐? "

" 병택이 집에 있었구나. "

" 응. 근데 왜? "

" 아니..그냥.. "

" 너 시험 공부 안하냐? "

" 응? 무슨 시험? "

" 얌마. 너 요번주 토요일에 시험 있잖아. 몰랐냐? 하긴. 학교 잘 안나오니까. "

이놈이 사람 가슴에 염장을 지르네.

" 야, 그래도 자주 갔다 머."

" 수업 시간에 안보이던데? "

" 그거야... 내가.. 자니까.. "

" 암튼 시험 공부 해야 되니까, 빨리 말하자. "

" 됐다. 그냥 공부해라. "

" 삐졌냐? "

" 아니다. 됐다. 공부나 해라. "

" 짜식이 삐지기는.. "

" 잘 있어. "

딸깍.

휴.......

필요할 때 없는게 친구라더니.. 왜 이 놈들은 하나같이 나가있던지, 집에 있는
놈은 시험 본다고 괜히 먹구름이나 드리우고.

그냥 잠이나 자자.

잠이 온다면.



- 10월 30일 맑음. 날씨는 약간 쌀쌀함. 그래도 아직은 가을 날씨임. -

요새는 너무 깜짝 깜짝 놀란다.

우선, 삐삐가 오면 깜짝 놀란다. 워낙 안오기도 했지만, 혹시나 영경이가 친
걸 까봐 깜짝 놀란다. 하지만 확인해 보면 언제나 징그러운 남자놈들
목소리다. 당구 치고 있으니까 나오라든지, 아니면 술값 없으니까 와서 좀
내달라던지. 내가 아무리 말을 안해도 그렇지 지금 내 심정을 이렇게 모르나.
그런데 삐삐가 안오는 걸 보면, 평소에 얼마나 영경이랑 나랑 자주 쳤는지 알
수 있다. 그래도 하루에 세 통 이상은 치고 그랬는데.

그리고 전화가 오면 깜짝 놀란다. 특히 밤에. 밤에 전화 오면 수화기를 들기가
겁이 난다. 영경이 목소리가 흘러나올까봐.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
목소리들 또한 위의 삐삐 목소리들이랑 똑같다. 한숨 나온다.

길 가다가도 깜짝 깜짝 놀란다. 괜히 뒷 모습이 영경이랑 비슷한 사람만 보면
화들짝 놀라고, 혹시나 마주치게 될까봐 놀란다. 내가 놀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냥 놀라고 만다. 만나면 할 이야기도 많은데.. 마음 한구석으로는
만나고 싶지만, 또 한구석으로는 만나기 싫다. 모순이다.

아무튼, 이제 슬슬 이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제일 확실하게 느껴질 때가
밤이다. 왜? 밤에 전화를 안하니까. 매일같이 밤 11시만 넘으면 서로 전화기
붇잡고 두세시간은 그냥 넘겨버리기 일쑤였는데, 요새는 밤에 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공부도 안된다. 책도 읽을 수가 없다. 책을 읽다보면 왠지 또 생각이
나고, 그래서 집어 던져버리고 만다. 텔레비젼은 그나마 괜찮은데, 그것도
12시 넘으면 별로 볼만한게 안하니까, 그냥 방으로 들어온다. 할 일이 없다.
아니.. 할 일은 많은데 할 수가 없다.

아직 헤어진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보통 헤어지고 나면 술을 퍼마신다고
하던데, 나는 그러질 못하겠다. 지금 상황에서 술을 먹으면, 아마 죽을때까지
마실 것 같아서 그러질 못하겠다.

따르르릉~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동현이냐? 나 정석이다. "

" 아. 오랜만이다. 잘 있었냐? "

" 아니. 지금 미치겠다. "

" 왜? "

" 이 기집애가 삐삐를 쳤는데 전화가 안온다. "

" 푸하.. 누구? 수진이 말하는 거야? "

" 수진이지 그럼 또 누가 있겠냐. 지금 삐삐 친 지 30분도 넘었어. 걔네 집은
늦게 남자한테 전화오면 혼나기 때문에 내가 걸지도 못해. 삐삐를 쳤으면 빨리
전화를 해야 할 거 아냐. "

" 야야..참아라..무슨 일이 있겠지. "

" 몰라. 요새 수진이 좀 뜸해. 그냥..콱 헤어질까. "

- 하이고, 요 놈아. 니가 헤어진다고 한 게 몇번째냐? "

" 됐네 됐어. 니가 헤어진다고 한 거 들은게 10번도 넘어 임마. "

" 그래도. 아 마져. 전에 나 도서관에 앉아있는데, 열라 이쁜 애 봤다. 말
걸어볼려고 그랬는데, 남자랑 같이 있더라고. 아쉬비. "

- 요새는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 정신 차려 임마.. 너 그러다가 수진이 보면 어떡할려구 그래. "

" 뭐 .. 그냥 아는 애라고 하지 뭐. 그런데 얘 정말로 연락이 없네? 와..
열받는다. 아, 동현이 니 여자친구는 잘 있냐? "

- 몰라 나도.

" 그냥.. 그렇지. "

" 걔는 안그러지? 그지? 삐삐 치면 바로 연락오구 그러지? "

- 그랬었지.

" 응.. "

" 거 봐. 수진이 얘가 잘못된거라니까. 뭐 이래.. 어. 야. 전화 끊어야 겠다. "

" 왜? "

" 삐삐 왔다. 수진이 음성인거 같은데. "

" 참 내.. 알았다. 글구 너, 한번만 더 헤어진다는 소리 하면 주거~!! "

" 뭐.. 헤어질 수도 있지 뭐. "

" 니가 헤어지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 "

" 넌 아냐 뭐? "

- 안다 뭐.

" 그래. 됐다. 음성 확인이나 해라. "

딸깍.

친구라는 놈이 또 가슴을 후비고 가는구만. 헤어진 애한테 연애 상담을 하다니.

그래.. 내일은 동걸이나 봐야 겠다. 동걸이한테 얘기를 해야지.. 헤어졌다고.

오늘은 또 무슨 꿈을 꿀까..

두렵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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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17
조지 번스 아저씨가 .. 90세 때 섹스하는 건, 마치 당구 칠 때 밧줄을 큐대로 쓰는 것과 같데요... 그러니까 한살이라도 젊을때 많이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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