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일각수의 꿈 (7418/3759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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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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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일각수의 꿈 (7418/37592)

포럼마니아 1 5,665

- 1 -

' 프라우드 ' 계곡에 사는 일각수 중에서 머리에 녹색 털이 있는 일각수는
' leafy 리피 ' 밖에 없었습니다. 태어날 때 머리 위로 나뭇잎 하나가 스쳐
지나가서 그렇게 되었다고도 하고, 어머니인 ' 페일라 '가 꽃보다 풀을 더
좋아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금성 너머로 혜성이 지나갈
때 태어난 아이라 별로 좋지 못한 기운을 타고 나서 그렇다는 마을 어른들의
쉬쉬거리는 소리를 리피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리피가 다른 일각수들과 잘 어울려 놀지 못하고 혼자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건, 그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리피의 어머니인 페일라는 리피를 볼 때 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도
구름을 지나 바람에 가까이 가면서도, 리피는 아직 사랑을 시작하지 못해서
뿔이 나질 않았거든요. 일각수라고 해서 날 때 부터 뿔이 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을 시작해야 비로소 뿔이 나고, 어른 일각수로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리피와 같은 나이 또래인 윈디나 피스, 티미는 벌써 사랑을
시작해서 뿔이 나기 시작했고, 제일 사랑을 늦게 시작할 것 같았던 미니도
바로 어제부터 뿔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같은 나이 또래에서 뿔이 나지
않은 것은 리피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일각수를 꾸짖을 때 하는 말인 " 못된
일각수 엉덩이에 뿔난다. " 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페일라는 리피가 차라리
엉덩이에라도 뿔이 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마져 들곤 했습니다.
리피도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다른 일각수들과 어울리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싫었고, 그냥
호숫가에 앉아 잔잔한 호수위로 퍼지는 물결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리피는 그날도 호숫가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앉던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저 멀리에 누군가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리피는 얼른 몸을 숨겼습니다.

' 누굴까..? '

덤불 사이에 몸을 숨기고 리피는 호숫가에 앉아있는 소년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을에 사는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사람을 이렇게 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리피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솟아났는지, 리피는 소년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습니다.

" 안녕? "

" ..... 안녕? "

텔레토비식 인사가 끝나고, 리피는 소년의 옆에 무릎을 굽혀 앉았습니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호수만 바라보았습니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리피의 머리에는 털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작은 뿔이
돋아났습니다.



- 2 -

" 엄마, 나 사람이 되고 싶어요. "

" .... 뭐라구? "

" 사람이 되고 싶다구요. "

아침으로 이슬이 맺힌 민들레와 미나리아제비를 잘 먹어놓고, 얘가 갑자기 왠
되새김질 하는 소리냐고 페일라는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일각수 마을에서
사람이 되겠다고 한 일각수는 없었거든요.

" 왜 사람이 되고 싶은건데? "

" ... 친구랑 같이 되고 싶어서요. "

이 일은 바로 일각수 마을의 장로회의 안건으로 회부되었습니다. 일각수들은
일단 하고 싶다고 생각한 어떤 일이 다른 일각수에게 피해를 미치지 않고
정당한 이유를 가진다면 반대를 할 수 없게 되어있었습니다.

" 너 정말로 사람이 되고 싶은거니? "

" 네. "

" 그 이유가.. 네 친구가 사람이기 때문이고? "

" 네. "

마을 최고 장로이신 '스피어'님은 리피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보았습니다.

" 우리는 후회라는 것을 할 수 없다. 인간들은 후회라는 것을 한다고
하더구나. 네가 사람이 되려면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겪어야 할꺼야.
사람이 되면 네가 한 일에 대해서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일각수가
될수는 없어. 그래도... 사람이 되고 싶으냐? "

" ....... 네. "

스피어님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스피어님의 멋진 뿔에서
파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빛은 장로님의 뿔이 한바퀴 크게 원을
그리자 산 밑에 있는 동굴의 모습으로 변하였습니다.

" 이 동굴에 가면 넌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야. 하지만 이 동굴이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전설에 의하면 북쪽 끝 오시알페 계곡에 있다고도
하고, 저 서쪽의 카나크마 사막 건너편에 있다고도 하더구나. 이 곳을
찾아가거라. "

" 고맙습니다, 장로님. "

리피는 페일라에게 다가갔습니다.

" 엄마, 저 사람이 되어서 돌아올께요. "

" ...... 꼭 돌아오려무나. "

" 네. "

리피가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고 싶었지만, 페일라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리피의 머리에 솟아나온 작은 뿔을 보았기 때문이었죠. 소년 때문에 생겨난
작은 뿔을.

리피는 마을에 사는 일각수들이 알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마을을 떠났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없었으니까 그다지 슬프지 않을꺼라고 생각했지만,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숲을 마지막으로 벗어나면서 리피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습니다. 눈물 때문에 어른거리는 숲 너머로 누군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같이 가자. "

" ..... 으응. "

소년은 리피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리피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리피도
소년의 등에 머리를 부비며, 사람이 되어 소년의 손을 잡고 걸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둘만의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 3 -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소년은 더이상 소년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죠.
길게 기른 머리가 멋져보이는 늠름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리피도 많이
변했습니다. 여행을 시작할때는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던 뿔이 지금은 리피의
머리에 있는 녹색 털 위로 아름답게 솟아나있었습니다.

일각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들, 리피를 잡아서 팔려는 나쁜
사람들, 한적한 숲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 추위, 배고픔, 그런 수많은
고통들이 소년과 리피에게 닥쳐왔습니다. 그런 고된 여행에서 소년이 지쳐
쓰러지게 되면 리피는 자신의 등에 소년을 태우고 걸었습니다. 보통때도
리피는 소년이 자신의 등에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소년은 내 친구의
등에 올라타고 다닐수는 없다며 언제나 거절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리피의
등에 타게 될때면, 언제나 소년은 미안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나중에 네가 사람이 되면, 내가 많이 업어줄께. 알았지? "

그렇게 말하는 소년을 보면서, 리피는 행복했습니다. 어서 사람이 되어 소년과
손을 잡고 키스라는 것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일각수는 후회라는 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리피는 인간이 되기로 한 것에 대해서 불만은 없었지만, 소년은
혹시 자기때문에 이런 고생을 한다고 생각해서 여행을 같이 떠난것을
후회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 마음을 아는지 소년은 가끔
모닥불을 피우며 잠자리에 들 때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 ..... 네가 꼭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께. 아무리 힘들어도, 난
후회하지 않을꺼야. "

그리고 수성이 달의 그림자 사이에 들어가던 날, 리피와 소년은 드디어
장로님이 보여주신 그 산 밑의 동굴을 찾아냈습니다. 두 사람은... 아차. 두
사람이 아니고, 한 사람과 한 일각수는 너무 기뻐서 그만 그 동굴 앞에 씌여진
글귀를 읽지 못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둡고, 습기가 찬 동굴 안은 무척이나 무서웠습니다. 소년과 리피는 기쁨도
잠시 잊고 긴장한채로 동굴 안으로 깊숙히 걸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한줄기 빛이 느껴지자, 소년과 리피는 그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곳에는 작은 광장이 있었고, 광장의 둥근 천장에서 달빛이 새어들어 광장의 한
가운데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달빛이 비추고 있는 그 곳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습니다.



' 잃.으.면.얻.게.될.것.이.다. '



소년과 리피는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소리라지요. 리피도...소년도... 사람이 되려고 그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들을 이기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 결과가 이런 것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리피는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광장의
천장에 금이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리피와 소년은 얼른 광장에서 동굴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광장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들리며, 동굴 바닥도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리피와 소년은 필사적으로 뛰었습니다. 그러나 둘은
걸음을 멈출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굴 밖으로 나가는 입구에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틈이 생겼기 때문이었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리피와 소년의 등 뒤로 동굴이 차례로 무너져내리고 있었습니다.

" 리피야. "

" 응? "

" 이 거리면 넌 뛰어서 건너갈 수 있는 거리잖아. 빨리 가. "

" 안돼. 널 남겨두고 나 혼자 갈 수는 없어. "

" 날 등에 태우고 건너갈 수는 없어. 너라도 살아야지. 가라. "

" 안돼. 안돼. 안할꺼야... 안돼... "

소년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리피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리피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부드럽게 웃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소를 입가에 담은 채로, 소년은 몸을 뒤로 던졌습니다. 그 깊은 틈을 향해....

리피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드는 생각은, 지금
이대로 죽는다면 소년의 죽음을 헛되이 하게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리피는
몸을 날려 깊은 틈을 뛰어넘었고, 동굴 밖으로 나오자마자 동굴은 입구까지
무너져내렸습니다.

리피는 울음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무언가 원망스러웠고, 무언가 화가 났고,
무언가 답답했고, 무언가 그리웠고, 무언가... 그 무언가....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어떤 감정이 속에서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 소년이 죽은 것은 나 때문에... 차라리 내가... 처음부터... 사람이 되려고
마음먹지 말.았.을.것.을.... '

그리고 그 순간, 리피의 뿔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나와 리피의 몸을
감쌌습니다. 리피는 자신의 몸이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리피는 자신이 사람이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후.회. 였던 것입니다. 사람이 되기 위한 열쇠는.....


............

..............


언제나 모질지 못하여

생각을 깊이 하지 못하여

당신에게 한 나의 모든 잘못을

후회합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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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2:09
오빠.. 이기는 놈이 강한게 아니라 버티는 놈이 강한거래요.. 오늘부터 잘 버티는 년이 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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