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루.돌.프.사.슴.코. (6199/37588)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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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루.돌.프.사.슴.코. (6199/37588)

포럼마니아 1 9,484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네
가엾은 저 루돌프 외톨이가 되었네
안개 낀 성탄절 날 산타할아버지
루돌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
그 후로 사슴들은 그를 매우 사랑했네
루돌프 사슴 코는 길이 길이 기억되리~

< 1 >

눈이 소복이 내린 지 3일째 되던 날, 루시아 할아버지는 열심히 사
슴마을로 향하고 있었어요. 기다리던 손자가 태어난다는 소식을 들
었기 때문이죠. 문득 전에 죽은 부인 아리아가 생각나는 듯 할아버
지는 한번 눈을 감아보더니, 또 급하게 사슴 마을로 발걸음을 향했
어요.

요번에 태어나는 아이의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돌고래 마을
과 친선 관계를 맺은 기념으로 dolphin에서 따온 dolph, 돌프로 하
기로 말이에요. 사슴 마을에서는 그 해에 태어나는 사슴들에게 모
두 같은 이름을 붙여 주죠. 1년에 한 마리밖에 태어나지 않기 때문
에, 성은 다르지만 이름은 모두 같게 되는 거예요. 저번엔 아씨 집
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돌프가 되었으니, 루씨 집안에서 태어난
이 손자는 루돌프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거죠.

할아버지가 기억에 익은 나무 밑둥으로 가보니 벌써 루돌프는 태어
나서 힘겹게 일어서는 중이었어요. 사슴 마을에서 손자를 본 할아
버지 사슴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괜스레 콧잔등이 시큰
해 졌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들 루가피와 며느리 아가피의 표정이 왠지
좋지 않아 보였어요. 그리고 자꾸 한숨만 내쉬는 거예요. 뭔가 이
상함을 느낀 할아버지가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루돌프의 코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하네요. 할아버지는 걱정이 되어 루돌프의 코를
유심히 보았지요. 아니, 사실 유심히 볼 필요도 없었어요.
그 빨갛게 빛나는 코는 멀리서도 잘 보였으니까요. 할아버지는 놀라
움을 감출 수 없었어요. 아직 사슴 마을에서는 이렇게 코가 빛나는
사슴이 태어난 적이 없었거든요. 마을에서는 급히 장로 회의가 벌어
졌어요.

코가 저렇게 빛나는 사슴이 마을에 있으면 위험한 사냥꾼에게 발각
되어 잡히기 쉬우니 마을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
어요. 루시아 할아버지 사슴은 그 말을 들으며 한숨만 내쉬었죠.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데다가, 할아버지 스스로도 저런 사슴은 평
생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를 할 지 몰랐기 때문이에요.
하지만...자신의 귀여운 손자인 걸요. 그 손자가 태어나자마자 마
을에서 내쫓긴다는 것은 차마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
는 이렇게 제안을 했어요. 루돌프의 코에 가죽으로 된 보자기를 씌
워서 그 빛이 새나가지 않게 하겠다고. 그리고 그 가죽을 평생 벗
지 못하게 하겠다고. 마을에서 쫓아내자 는 말을 했지만 그래도
안쓰러워 하던 많은 장로들이 그 의견에 찬성했고, 그래서 루돌프의
코에는 태어나자마자 가죽이 씌워졌어요.

눈이 소복이 내린 지 3일째 되던 날, 루돌프는 그렇게 태어났어요.
비극처럼.


< 2 >

루돌프는 다른 어린 사슴들과 마찬가지로 병 한번 안 걸리고 잘 자
랐어요.
어린 루돌프는 자기 코에 왜 가죽이 씌워졌는지 몰랐어요. 단지 그
걸 벗으면 마을에서 쫓겨난다는 소리를 할아버지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을 뿐이죠.
하지만 장난꾸러기 사슴들이 루돌프의 그 코를 보고 가만히 있을리
없었죠.
루돌프가 학교에 가면 언제나 근처를 돌며 루돌프의 코를 비웃고,
가죽 주머니를 비웃고, 심지어는 마구 때리기까지 했어요. 착한 루
돌프는 아이들이 놀리면 그냥 힘없이.. 슬프게 미소지을 뿐이었어요.
자기도 궁금했으니까요.
도대체 이 가죽 주머니 안의 코가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이렇게 다
른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은 왜 이 가죽 주머니를 벗을 수 없는지.
아무리 부모님과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아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할
수 없다고 하실 뿐, 궁금증은 더욱 더 깊어져만 갔어요.

하지만 이런 놀림쯤은 참고 견딜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참을 수 없
었던 건, 자기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 친구 아돌프 때문이었어요.
다른 사슴들과는 달리 어릴 때부터 뿔이 우람하고 크게 난 아돌프는
마을에서 제일 인기 있는 사슴이었어요.
어딜 가나 아돌프는 환영받았고, 암사슴들은 아돌프 모습을 보기만
해도 좋다며 뒤를 따라다니기도 했죠. 하지만 루돌프는 그렇질 못했
어요. 어딜 가도 재수 없다는 듯이 비꼬는 식의 눈빛을 받았고, 코
에 이상한 가죽을 쓰고 다니는 루돌프를 보면 다른 암사슴들도 놀리
기에 바빴죠.
아돌프랑 같이 집에 돌아갈 때면 언제나 루돌프는 내 뿔도 저렇게
멋있었다면 정말 정말 좋겠다는 말을 하고 또 하곤 했어요.
그러면 아돌프는 오히려 귀찮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그 말속에
는 자기 스스로도 은근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가장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와 항상 같이 다녀야 하는 루돌프는 자신
의 코가 더욱 더 비참했어요.

그래도 루돌프와 친구들은 잘 자랐고 어느새 청년 사슴이 되었어요.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죠. 다른 사슴들은 전부
제 갈 길로 가거나 결혼을 하기도 했지만 루돌프는 그럴 수가 없었
어요. 다른 마을에 가서도 재수가 없다는 식으로 들어가지도 못 할
뿐더러, 암사슴들은 혼자 살지언정 루돌프와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
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했으니까요. 루돌프는 자신의 운명이 참을
수 없이 비참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을 제일 아껴주시던 루시아 할
아버지도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났고, 이제 자신을 좋아해 주는 친
구는 그나마 아돌프밖에 없지만, 아돌프도 다른 암사슴들을 만나러
다니고 자신의 일도 바빠서 루돌프를 챙겨줄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루돌프는 드디어 자신의 틀을 깨 보기로 마음을 먹
었어요. 그 가죽을 풀어보기로 결심한 거죠. 하지만 그걸 풀었다는
걸 마을 어른들께 들키면 마을에서 쫓겨날 테니 무척이나 조심해야
했어요. 어느 달이 어두운 날, 루돌프는 남몰래 일어나서 서쪽 숲으
로 향했어요. 그 곳은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 사슴들은 대부
분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었죠. 루돌프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어요.
과연 내 코는 무엇이 다르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을 감추고 다녀
야 했을까.
루돌프는 떨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조용히 가죽끈을 풀
러보았어요. 그리고 가죽 보자기가 떨어지는 순간, 루돌프는 불타는
듯한 빨간빛을 보았죠. 그리고 그 빛이 자신의 코에서 나오고 있다
는 것도 알았어요.
너무도 놀란 루돌프는 황급히 가죽 보자기를 다시 코에 뒤집어썼고,
누군가가 보았을까봐 두려워 급하게 마을로 향했어요. 그리고 그 때,
루돌프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자신이 왜 코를 감추어야
만 했으며 왜 가죽주머니를 평생 쓸 수밖에 없는지.
아름답게 빛나는 코를 가졌지만 사슴에게는 전혀 쓸모 없는 코였어
요. 오히려 사람들에게 들키기 쉽고, 자신 때문에 다른 동료 사슴까
지 위험해지니까요. 차라리.. 코를 이렇게 만드실 꺼면 아돌프처럼
뿔을 멋있게 만들어 주시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오히려 슬픔이 복받쳐 오르는 어느 달이 어두운
날이었어요.


< 3 >

요 며칠새 마을은 부쩍 소란스러웠어요.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끌
사슴을 선발하는 대회 때문이었죠.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끄는 것
은 사슴에게 있어서 굉장한 영광이었어요. 우선은 산타할아버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랬지만, 그것보다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이 마을에서 뽑혀간 가타나 사슴은 온 마을 사슴들의 자랑거
리였어요. 심지어는 어린 루돌프도 나중에 크면 가타나 사슴처럼 되
어야 한다는 말을 가죽 주머니를 벗지 말라는 말 다음으로 많이 들
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아돌프도, 사돌프도, 겐돌프도, 하여튼 루돌프와 같이 태어
난 사슴들은 전부 연습에 여념이 없었어요.
사슴 마을부터 서쪽의 산까지 가장 먼저 돌아오는 사슴을 뽑는 대회
였기 때문에, 그 길은 아침부터 우승을 위해 뛰는 사슴들로 굉장히
북적거렸어요. 하지만 사슴들은 알고 있었죠. 무엇보다 우승할 확률
이 높은 사슴은 바로 아돌프 라는 것을. 아돌프는 뿔만 멋있는 것이
아니라 몸도 우람하고 달리기도 워낙 빨라서 다른 사슴들은 도저히
그를 따라 갈 수 없었어요. 심지어는 대회를 하지 말고 그냥 아돌프
를 뽑자는 말도 있었지만, 아돌프가 사양을 했을 정도니까요.
루돌프는 아돌프가 열심히 달리면 그저 옆에서 빙긋이 웃으며 부러
운 눈빛만을 보냈어요. 그러면 아돌프는 같이 달리자고 말을 건넸고,
루돌프는 나 같은 게 감히 어떻게 이런 대회에 출전하겠느냐고 쓴웃
음을 지었죠. 마음속으로는 루돌프도 꼭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고 우
승도 해 보고 싶었지만... 루돌프를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루돌프
가 참가하는 것을 그냥 놔둘 리 만무했거든요.

그리고 드디어 12월 24일 저녁이 되었어요. 서쪽 숲에서 산타할아버
지가 몇 십년만에 새로 사슴을 뽑기 위해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타나
시는 순간, 모든 사슴들은 새로이 결심을 했답니다.
꼭 이 대회에 우승해서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끌겠다고.
힘들겠지만 세상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하늘도 날 수
있고, 다른 사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마을의 내노라 하는 사슴들이 전부 나온 가운데, 뒤에서는 아돌프를
응원하는 암사슴들의 소리가 들렸어요. 루돌프는 그 모습을 씁쓸히
바라보며 나도 같이 뛰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루돌프에게 뛰어보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고, 루돌
프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단 한 사람, 산타할아버지만을 빼고서는 말이에요.
산타할아버지는 다른 사슴들 뒤에서 풀이 죽어있는 루돌프를 보았어
요. 그리고 말했죠. 자네도 나와서 뛰어보라고.
그러자 마을 장로들이 반대를 했어요. 저 사슴은 안 된다고.
코에 가죽 주머니를 쓴 저 사슴은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끌 자격이
없다고. 하지만 같은 사슴들끼리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호되게 꾸짖
는 산타할아버지의 말에 루돌프는 밀려나오듯이 경기에 참여하게 되
었어요. 물론 뒤에서는 비꼬는 소리가 들렸죠.
산타할아버지가 이상하다는 말부터, 루돌프까지 참가했으니 나도 뛰
어볼까나 하고 비웃는 소리까지. 루돌프는 그런 소리를 들으며 이를
꽉 다물었어요. 어차피 참가하게 된 것, 열심히 뛰어서 우승해 보겠
다고.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 주는 듯 빙긋이 웃고있는 아돌프의 모
습이 보였어요. 루돌프도 빙긋이 웃으며, 아돌프에게는 안되겠지만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다짐을 했죠.

그리고 출발을 알리는 긴 소리가 달빛이 가득한 밤하늘로 울려 퍼졌
어요. 산타할아버지의 잘 뛰고 오라는 소리를 뒤로 한 채, 그리고
응원을 하는 마을 사슴들의 소리를 뒤로 한 채, 경기에 참가한 사슴
들을 최선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마을 어귀의 나무 그루가 스쳐지나가고 산자락에 은빛으로 반짝이게
얼어붙은 냇물이 스쳐지나가고 산 중턱에 놓여있는 큰 바위가 스쳐
지나가고 밤하늘의 달이 따스하게 빛으로 감싸주고 있었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가 문득 루돌프는 자신과 아돌프가 같이 뛰
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원래 어릴 때부터 잘 달리긴 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달려본 것은 처
음이라서 자신이 아돌프와 같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라
웠죠. 아돌프도 루돌프가 이렇게까지 잘 달릴 줄은 몰랐기 때문에
루돌프를 의식해서인지 더욱 힘을 내어 달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루돌프는 아돌프를 앞지를 수는 없었어요. 힘이 부치기도 했
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우승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죠. 다른 사슴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사슴은 아돌프였지
결코 루돌프가 되어서는 안되었어요. 슬프게도 말이에요.

그러다가 산의 어귀에 다시 다다랐어요. 그리고 아돌프가 루돌프를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보던 순간, 아돌프의 그 멋진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버렸고, 아돌프의 몸이 휘청하더니 옆의 계곡으로 굴러 떨어졌
어요. 루돌프는 앞에서 아돌프가 그렇게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
고는 너무도 놀라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어요.
이제 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우선은 아돌프를 구해야 겠다는
생각에 루돌프는 계곡을 내려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무심하게도 그
순간 달이 구름에 감추어져 버렸고, 숲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
어요. 뒤따라오던 다른 사슴들도 앞이 보이질 않아 멈추어 설 수밖
에 없었어요. 게다가 서서히 안개까지 끼기 시작해 더욱 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어요. 루돌프는 다급해 지기 시작했어요. 빨리 아
돌프를 구해야 하는데...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아돌프가 지금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경기 전에 잘 하라며
웃어주던 아돌프의 웃음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순간, 루돌프는 결
심했어요.
그래. 마을에서 쫓겨나더라도 이럴 수밖에 없어. 친구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루돌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당하게 코에 씌워진 가죽을
벗어버렸어요. 가죽이 벗겨지는 순간, 그 아름답고 영롱한 빨간빛은
온 숲을 채웠고, 다른 나머지 사슴들은 그 빛을 보고 하나 둘씩 모
여들기 시작했어요.
루돌프는 자신의 코에서 나오는 빛으로 앞을 보며 계곡을 조심스레
내려갔어요. 그리고 저 앞 계곡 구석에 아돌프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죠.
루돌프는 황급히 아돌프에게 달려갔어요.
그리고 아돌프의 다리가 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근처의 나뭇가지
들을 모아 아돌프의 다리에 대 주었어요.

아돌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루돌프의 코가 빛나는 것을 보고
그 가죽을 벗으면 어떡하느냐고.. 마을에서 쫓겨나고 싶냐고 오히려
루돌프 걱정을 해 주었죠. 사실 아돌프는 알고 있었어요. 루돌프의
코가 불붙는 것처럼 빛난다는 것을. 서쪽 숲에서 혼자 가죽을 열었
을 때 나오던 그 빛을 아돌프는 볼 수 있었거든요.

루돌프가 힘들게 아돌프를 부축하며 마을로 돌아오자, 마을 사슴들
은 루돌프의 코를 보고 전부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지
금까지 루돌프를 놀리기만 했지 저 코가 저렇게 빛날 것이라고는 아
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것도 저렇게 아름답게.

루돌프는 아돌프를 다른 사슴들에게 부탁하고 난 다음, 힘없이 가죽
보자기를 다시 코에 둘러썼어요. 그리고 장로님들께 가서 말했어요.
이렇게 마음대로 가죽 주머니를 풀어서 죄송하다고. 자신 때문에 다
른 사슴들이 다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약속대로... 마을을 떠나
겠다고. 하지만 마을 장로들은 사정이 사정이었으리만큼 괜찮다는
식으로 루돌프가 마을을 떠나는 것을 막았어요.
장로들도 몰랐거든요. 루돌프의 코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빛이 날 줄
을. 그때 산타할아버지가 근엄한 표정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말했
죠. 약속은 약속이라고. 이제 루돌프는 마을을 떠나야 한다고.

루돌프는 그 말을 듣고 힘없이 고개를 푹 숙였어요. 그러자 산타할
아버지가 의례 그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루돌프에게 말씀하셨어요.

"이제 넌 마을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마을을 떠나면 갈 곳은 있니?"

" 없어요.. "

" 그럼.. 내 썰매를 끌어주지 않을래? "

" 네? "

마을 사슴들도 전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산타할아버지를 쳐다보았
어요. 아돌프를 업고 오느라고 루돌프가 늦었다는 건 알았지만 지금
까지 자신들이 놀리던 루돌프가 모두가 부러워하는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끌게 된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았어요.
그건 루돌프도 마찬가지였죠. 루돌프는 말했어요.
자신보다는 아돌프가 더 나을 것 같다고. 다리가 부러졌지만 멋있는
뿔도 있고, 썰매를 더 잘 끌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 때, 누워있던 아돌프가 힘겹게 말했어요.
지금 내가 이렇게 된 것도 내 뿔 때문이라고. 너의 빛나는 코가 아
니었다면 난 죽었을 꺼라고. 나를 위해서..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끌어달라고.

루돌프는 그런 친구의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울고 있는 루돌프를 쓰다듬어주며 산타할아버지는 무언가 알
지 못할 주문을 조용히 외웠고, 그 주문이 끝나는 순간 루돌프의 몸
은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마을 사슴들은 전부 놀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루돌프
가 밤하늘을 달리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그런 루돌프의 모습을 지켜보셨고,때
마침 내리기 시작한 눈은 사슴마을을 하얗게 덮어주고 있었답니다.

그 이후로 사슴들은 루돌프를 매우 사랑하게 되었어요. 밤하늘을 아
름다운 빛으로 수놓으며 달리는 루돌프를 보며, 어미 사슴들은 나중
에 크면 루돌프 같은 훌륭한 사슴이 되라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마을에서 루돌프 다음으로 존경받는 사슴인 아돌프 같은 사
슴이 되라는 말도 잊지 않았구요.

요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루돌프가 태어나던 그날처럼..
꼭 그날처럼 말이에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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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2:02
조카네 선생님이 사람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데요.. 쭈가 조카한테 얘기해 줬어요.. 그런얘기는 못생긴년들이 하는 말이라구..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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