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100% 여자, 99% 남자 (5314/37585)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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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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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100% 여자, 99% 남자 (5314/37585)

포럼마니아 1 6,686

" 잘 가. 가면 삐삐치고. "

" 알았어. 너도 삐삐쳐. "

" 그래. 그럼 나 갈께. 안녕~ "

" 잘 가~ "

지하철 막차시간이 거의 턱에 닿았는데도 영희 모습 안보일때까지 손 흔들고
있느라고... 이런, 결국 오늘도 택시를 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제가 먼저 등 돌리고 가면 그 다음에 만났을때 하루종일
투덜대는 건 만난지 100일때나 1048일이 지난 지금이나 똑같은걸요. 돈
300원이 아까워서 마을버스 안타고 걸어가고, 500원이 아까워서 양식당 돈까스
대신 학생회관 김치찌개 먹고, 1000원이 아까워서 음료수 안사먹구 식당에서
맹물 마시면서도... 이렇게 영희만 만나면 택시비로 10000원씩 펑펑
날려버리니, 사실 돈이 좀 아깝기도 합니다.

네, 보시다시피 영희와 저는 말 그대로 오.래.된.커.플. 입니다. 이름도
흔하디 흔한 영희라는 아이를 대학교 1학년때 친구의 친구의 동생의 선배의
동아리 후배의 룸메이트라는 기구한 운명으로 만나게 되어 지금까지
사귀어오고 있어요. 이렇게 오래 사귀다보니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혹시나 이 아이 말고 나에게 진정한 짝이 있는 건 아닐까.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나의 또 다른 한짝의 짚신은 어디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조금은 소심한 성격인 저와 약간 터프한 성격의 영희는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잘 지내오고 있습니다. 1주일 전 까지는요.

운명의 그날은 지금으로부터 1주일 전, 정확히 오전 8시 20분이었습니다. 그
날도 변함없이 학교를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졸리는 눈을 연신 껌뻑이고 있었는데,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전 벼락을 맞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바... 바로 이 여자다.

100%의 여자.

가끔 꿈에나 나타나던 100%의 여자를 이런 지하철에서 발견하게 될 줄이야.
저는 그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질 못했습니다. 자기를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그
여자가 가끔 저를 흘깃 쳐다보아도 전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여성스러운
외모하며, 풍기는 지적인 이미지 하며, 윤이 자르르 흐르는 머리결 하며,
그리고 부드럽게 풍기는 향기까지. 순간 제 머리속에는 영희와 이 여자와의
데이터 비교가 이루어졌고, 압도적인 우세로 이름도 모르는 이 100%여자가 제
짝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고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되잖아요. 뭐라고 말이라도 걸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소심한 성격인 저는 결국 그 여자에게 말을 걸어보지도 못했고, 그녀는 자신이
내릴 역에서 무심하게도 그냥 내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있었으면 아까 말을 걸었겠죠. 어떡하겠어요. 그저
한숨만 쉴 수 밖에요.

물론, 무슨 소설에서나 나오는 것 처럼 그 여자랑 계속 지하철에서 만나다가
우연히 말을 건네게 되고 여차저차해서 연애하게 되고 그런 일은 그 날 이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 날로 끝이었어요. 하지만 그 여파는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100%의 여자. 자신이 바라는 딱 그대로의 이상형.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성격, 목소리, 몸가짐, 태도, 그야말로 무엇하나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이상형. 하지만 이건 제눈의 안경이겠죠. 요새 클린턴
보세요. 남들이 다 이쁘다는 힐러리여사 내비두고 볼살 티둥티둥한 르윈스킨지
뭔지 하는 여자랑 그렇고 그런 짓 한거 보면, 어쩌면 클린턴의 안경에는
르윈스키가 100%여자로 보였을지도 몰르잖아요. 아무튼 전 그 날 제눈의
안경을 끼고 100%의 여자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본 것까진 좋은데, 문제는
예전에 끼던 제 눈의 안경을 벗어버리고 다른 안경을 껴 버렸다는거죠.

" 이제 가자. 너무 늦었다. "

" 그래. 잘 가. "

" ..... 뭐야. 안바래다줘? "

" 그냥.. 오늘 좀 피곤해서. "

" 어제 잠 못잤니? "

" 뭐.. 좀 그렇기도 하고. 아무튼 난 집에 갈께. 너도 잘 들어가렴. "

" 잠깐만. 너 요새 좀 이상하다? 나한테 무슨 감정있니? "

" 감정은 무슨. 됐어. 늦었다면서. 얼른 가. "

" ....... 그래. 그럼 갈께. 잘 가. "

그렇게 돌아서면서 계속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던 영희. 하지만 100%
여자가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니고 실제로 존재하는 걸 알아버린 제게는
영희가 그리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정이 안생기는걸 어쩝니까.
머릿속에서는 100% 여자만 뱅뱅 돌고 있는데요.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전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 헤어지자. 영희랑 헤어지고, 다시 그
여자를 못만나더라도 어디엔가 있을 또 다른 100%의 여자와 사귀자. 영희에겐
미안하긴 하지만, 이렇게 감정도 계속 만나는 것이 어쩌면 더 미안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며 전 영희와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고야
말았습니다.

" 뭐야, 바쁜데 사람 불러놓고 왜 아무말도 안해. 너 요즘 진짜 이상하다? "

" 영희야. "

" 왜? "

" 실은.. 나 며칠 전에 지하철에서 100%의 여자를 봤다. "

" 100%? 그게 무슨 뜻이야? "

" 그러니까.. 완벽한 여자라는 뜻이야. 바로 내 이상형. "

"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거야? "

" 그 여자를 보고 난 뒤부터.. 그 여자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

" 그래서 그 여자랑 사귀겠다는거야? "

" 아니, 그 여자랑 사귈 건 아닌데.. 그래. 솔직히 말해서.. 이젠 네가 별로
좋지 않아. 넌 100% 여자가 아니니까. "

그 말을 들은 영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전 영희가 제 뺨이라도 때릴까봐 얼굴근육을 긴장시키고 있는데,
영희는 갑자기 고개를 홱 쳐들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습니다.

" 그럼 난 몇%야? "

" 응? "

" 난 몇%냐구? 그 여자가 100%면 난 몇%냐구. "

" 글쎄.. 한 80%? 아무튼 100%는 아냐. "

" 이봐요, 아저씨. 잘 생각해봐. 만약에 네가 100%여자를 만나서 사귀게
됐다고 생각해 보라구. 그럼 그 100%가 계속 유지될 것 같아? 만나면서 그
여자 코 푸는 것도 볼꺼구, 밥먹다 밥풀 튀는 것도 볼텐데, 그래도 100%라고
자신할 수 있어? 1000일 넘게 만나서도 100%라고 자신할 수 있어? "

" 그... 그게.. "

" 아닐껄. 아마 많이 바뀔껄. 어쩌면 나보다도 더 %가 떨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자신있어. 앞으로 아무리 오래 사귀더라도 지금 네가 생각하는 %
이하로는 안떨어질껄? 어쩌실래요? 확률도 없는 도박을 해 보실래요, 아니면
확실한 패를 잡으실래요? 이렇게 이쁜 아이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갈 용기가
있어요? "

아이고... 왜 영희가 갑자기 이렇게 이뻐보인답니까?

" ....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

가뜩이나 풀죽은 모습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제 모습을 영희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제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습니다.

" 누나가 착해서 바람핀거 이번 한번만은 용서해 준다. 다음에 이러면 국물도
없어, 알았어? "

" 깨갱~ "

" 그리고, 이 바보야. 네 100% 여자한테 네가 100%남자라고 자신할 수 있어?
그 여자한테는 네가 100%가 아닐껄. 하지만... 나한테는.... 네가 99%란
말야... "

그 말을 하고 얼굴이 발그레해 진 영희를 보면서 전 예전에 끼던 제 눈의
안경을 다시 끼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훨씬 높은 도수로요. 이제 영희밖에
안보일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일이야 또 모르는거고, 또 120%의 여자가
나타날지도 모르고....으아악~! 꼬집지마~ 그래, 영희야~! 잘못했다~! 나한텐
너밖에 없어~~

진짜루~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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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57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길에 앉아 우는 것보단 벤츠에 앉아 우는게 더 행복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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